레고만 있으면 세상이 행복한 중1 아들의 이야기
우리 집 큰아들, 쌍둥이 중 1번이자 자칭 '레고 전문가'는 요즘도 여전히 레고에 진심입니다.
그 진심이 얼마나 깊으냐고요?
다른 건 다 대충대충 하면서도 레고만큼은 '칼각 정리'에 영혼을 쏟는 아이예요.
레고를 맞추는 순간의 희열은,
어쩌면 시험 끝나고 점수 잘 나올 때보다 더한 것 같아요.
설명서를 하나하나 넘기며 집중하는 모습은 도저히 공부할 때는 볼 수 없는 눈빛입니다.
그런데 웃긴 건, 평소엔 정리도 안 하는 아이가 레고만큼은 줄도 맞춰 정렬해 놓고,
미니피규어는 진짜 목숨처럼 아낍니다.
건드리기라도 하면 그날 하루는 잔소리 폭격이 날아오죠.
심지어 레고 관련 유튜브 영상도 수시로 보는데,
그 속에 담긴 정보는 학교 공부보다 더 잘 외우는 듯합니다.
어떤 부품이 몇 년도에 나왔고,
어느 시리즈와 연동되는지까지 줄줄이 읊는 모습에 가끔은 감탄을 하다가도,
"그 열정으로 공부 좀 하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곤 해요.
레고 회사를 너무 좋아해서, 나중엔 레고 본사가 있는 덴마크에 꼭 가보겠다는 꿈도 있답니다.
장래희망이 '어떤 방식으로든 레고 회사에 취직하기'일 정도예요.
디자이너가 될지, 마케터가 될지, 유튜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사실 친구들 중에는 아직 레고 좋아하는 친구가 별로 없대요.
그래서 레고 매장이나 팝업스토어, 전시회에 갈 때는 항상 저를 데리고 갑니다.
같이 가면 아주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죠.
물론 저는 속으로 ‘어디까지 설명할 건데...’ 싶을 때도 있지만요.
또 한 가지 아이의 고집스러운 면. 레고는 무조건 '정! 품!'입니다.
가끔 제가 인터넷에서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이거 어때?"라고 물을 때가 있는데,
아이는 눈을 부릅뜨며 말합니다. "그건 짝퉁이야. 절대 안 돼."
그렇다 보니 용돈은 항상 바닥입니다.
다른 곳엔 돈 한 푼 안 쓰는 아이인데,
레고만큼은 예외예요.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 나름 순수하고 예쁜 마음이기도 해서,
엄마인 저는 한편으론 뿌듯하기도 해요.
공부는 시큰둥하면서도 레고 조립은 밤새도 할 수 있는 아이.
그렇게 레고로부터 배운 집중력과 끈기가 언젠가 아이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줄 날이 올 거라 믿어요.
비싼 취미지만, 아이의 세상이 거기서 빛나고 있으니까요.
뭐든 하고 싶은 건 다해봐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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